Secret Queen

JT 퍼팩트 다이아 토키 X Secret Lover 

 

눈이 닿는 곳곳이 전부 어두워서 제대로 살피기가 힘들었다. 

상황을 되짚어 보려고 해도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몽롱한 상황. 팔다리는 밧줄로 의자에 고정되어 움직이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리저리 몸을 뒤틀어보았지만 예상했던 대로, 인질이 도망칠 수 있도록 느슨하게 묶어놓는 바보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정보원인 자신을 다루는 거라면 더더욱.

 

SAS의 에이스 스파이 요원들, 마제스틱 스페이드, 스파이키 클로버, 트리키 하트, 퍼팩트 다이아까지 넷의 능력을 시험하라는 상부의 명령으로 은폐된 시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금새 발각되고 말았지만, 새 임무를 재전달하고 동시에 거래로 소량의 정보를 준 상태였다. 그리고 함께 지시 장소로 가던 찰나에 포위되서..., 

 

" 그 뒤부터 의식이 없단 말이지... "

 

얼굴에서 약하지만 극소량의 약품향이 감돌았다. 몸에도 고문 흔적이나 통증, 찰과상 하나 없이 깨끗한 걸 보니 수면제로 의식을 잃었고 이 곳으로 옮겨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터였다. 의식을 잃기 직전 넷 모두의 얼굴을 봤으니 그들 소행은 아닐거고, 우릴 포위하고 있던 적대 조직 중 누군가의 짓이겠거니 하고 생각을 마친 그녀는 감각을 바짝 세우고 상황을 살폈다. 뒤에서 가벼운 구둣소리가 들리더니, 곧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가 공간의 불을 키며 나긋하게 질문을 던졌다.

 

" 이런, 이제서야 눈을 뜨셨나요, 아가씨? 하긴, 이번 인질극에 쓰인 수면제는 약효가 강하다는 이야길 들었으니, 이렇게 오랫동안 눈을 뜨지 않은 채 왕자님을 기다리는 것도 당연한가요. "

" 시텁잖은 농담은 그만 둬, 퍼팩트 다이아. 심문인지, 구조인지 하나만 하라고. "

" 심문이요? 설마요. 저는 카뮤처럼 그리 난폭하게 사람을 다루진 않습니다. "

 

그리 말하면서도 여유롭게 웃으며 그녀를 조롱하는 태도를 느끼자, 원체 침착하게 연기를 했던 그녀도 슬슬 깊은 곳에서 짜증이 밀려들었다. 그가 바로 앞에 서서는 거만하게 내려다보며 그녀를 응시했다. 

 

" 그나저나... 겨우 이 정도 뿐인가요? 이름이나 명성과는 달리 무척 실망이네요. 간단히 붙잡히곤 수면제에 취해서 잠들어 버리고, 여왕이라는 이름이 울겠어요? "

" 닥쳐. 너희가 날 비좁게 둘러싸서 막고 있고, 너희를 안전하게 지시 장소까지 데려가는 게 최우선이었는데 내가 막 행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난 란이나 카뮤처럼 몸을 쓰는 타입이 아니라 정보원이라고. "

" 글쎄요, 어떨까요. 아무리 변명해봐도  저에겐 평가가 전혀 달라지지 않아서요. 저에 대한 자료는 충분히 읽으셔서 아시겠지만, 저는 무의미한 것은 깔끔히 버리자는 주의라. 당신이 조직의 중요한 정보원이라서 이렇게 상대하고 있는 것 뿐, 그저 그런 말단 요원이었다면 이미 당신의 존재는 깨끗히 잊혀졌을 겁니다. "

" .... 그래서, 두번째 거래를 하자는 거야, 뭐야. 네 사정은 다 필요 없고 결론만 얘기해. "

" 아뇨, 거래가 맞긴 하지만 당신에겐 선택지가 없습니다. 거부하는 순간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제 다리만 써서 이곳을 나갈 거니까. 그리고, 이번 거래는 자세한 사정을 들어야하겠지만, 뭐. 당신이 그러고 싶으시다면 본론부터 얘기해 드리죠. "

 

그녀에게 한걸음 더 다가간 그는 몸을 약간 숙여 손가락으로 그 턱을 들어올리곤 다시 한번 장난스레 입꼬리를 올리곤 말을 이었다. 

 

" 다즐링 조커 퀸의 하나, 저를 할 수 있는 만큼 온 힘을 다해서 사랑해 보세요. "

" .... 뭐? "

" 하, 제가 그래서 자세한 설명부터 한다고 했죠. 영문을 모르는 그런 표정을 해서는 요구사항을 먼저 얘기한 재미가 없죠. " 

" 아니, 사정이고 자시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

" 글쎄요.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아까 오후 즈음 시험 도중에 했던 이야기. 그 말 그대로 책임져 보시라고요. "

" 시험 도중... "

 

사실은... 당신을 지금 보고.., 호감을 가졌어요! 

에..?!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당연하게도 그 말은 만들어진 대사, 즉 모든 시험의 밑밥으로 깔아두었던 연기였다. 그걸 알면서도 눈 앞의 이는 빌미로 잡아 자신에게 협박 비스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건가. 어이가 빠진 다즐링은 목소리에 한껏 날을 세우고 으르렁거렸지만, 그 반응마저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다이아는 그녀를 도발해 보였다. 

 

" 웃기지 마. 모든 사정을 다 알려줬는데,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바보가 어딨어. 그리고, 아무리 그렇게 말한다고 한들 내가 지금 거래같은 협박을 받고 있는 상대에게 그런 낯간지러운 감정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 

" ... 당신은. 정말로, 그저 연기였나요? "

" 당연한 소릴... "

 

아니었다. 분명 얼굴 이라던지, 성실해 보이는 첫인상이던지, 약간의 호감은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게 사랑으로까지 승화시킬 수 있는 무거운 감정은 아니라는 거였고, 딱 그 정도인 아주 약한 감정을 눈치챈 당사자에게도 영문을 모를뿐이었다. 다이아가 아주 잠깐 침묵하는 그녀를 놓치지 않고 파고 들었다. 

 

" 그 가벼운 감정을, 더 무겁게 만들어서, 저에게 매달려 보라는 겁니다. 왜요, 설마 거부할 생각은 아닌거죠?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제가 어떻게 행동할 지, 모르는 건 아니잖아요? "

" 아니, 애초에 사랑이라는 건 어떻게 하는 건데, 넌 알아? 알면 좀 알려줘봐. 무턱대고 해보라고 시키면 난 대책이 없는데. "

" 그렇네요. 그럼, 제대로 가르쳐 볼까요? "

 

승리의 미소를 짓는 다이아의 눈빛이 한순간 돌변했다. 점점 분위기가 이상하게 바뀌어가는 것을 직감한 그녀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위화감. 얼마 전 임시 거처였던 호텔 스위트룸에서 카뮤에게 덮쳐졌던 그 때의 분위기와 묘할 정도로 비슷했다. 잠시 떨어졌다가 다시 바짝 다가온 그에 몸을 의자 등받이 쪽으로 빼보았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그녀의 팔을 붙잡은 그가 귓가에서 나긋하게 말을 이었다. 

 

" 도망치지 말고 가까이 오세요. 제대로 즐길 준비는 되셨지요? "

 

언제부터인지,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빨라지던 심장 박동은 어느새 전신이 흔들릴 정도로 강하게 뛰고 있었다. 야릇하게 한번 코웃음을 친 그가 그녀의 몸을 묶고있던 밧줄을 풀고는 잡고있던 팔을 부드럽게 잡아 끌어 일으켜 세우고는, 벽으로 몰아붙인 뒤 먹잇감을 앞에 둔 늑대처럼 낮고 깊게 웃음지었다. 해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미 잔뜩 위협아닌 위협을 받은 상태에서, 그녀가 몸을 잘게 떨었다. 

 

어쩌면, 정말. 그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감정이 물들어 버릴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그저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