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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Goodbye, my sunshine. 본문

愛色に咲く。

Goodbye, my sunshine.

Liyuu_8642 2020. 4. 24. 20:15

한을 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오토야 X 무당 토키야 

 

 

 

 

 

벌써 몇년 째 저 귀신과 투닥거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승에서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 제 집에 묶어두고 있기는 하다만, 집에서까지 말썽을 피우고 귀찮게 하는 바람에 풀어줬다가도 온 정신과 혼을 쏙 빼놓을 만큼 추격전을 벌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징그럽게 질척거리는 그 모습을 보며 토키야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타일러도 보고, 얼른 승천을 해야 당신에게 득이 될 것이라 몇십 번을 설득해 보아도 그는 여전히 이 세상을 떠날 의지조차 보이지가 않아서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가도 어떤 한이 그렇게 쌓였으면 저리 되었을까, 하는 감정에 양 손에 꽉 쥐고있던 제삿도구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있지, 있지 토키야. 오늘 저녁은 뭐 먹을거야?

당신이 식사하는 것도 아니면서 뭘 그리 귀찮게 캐물으십니까. 마늘을 잔뜩 친 요리나 해먹죠. 

에에~ 마늘은 이미 2년 차때 극복했는데, 알면서 그러는거지? 

냄새나 맡고 저리 가라죠. 제발 좀 이제 올라 가세요...

 

싫은걸~ 아직 다 안풀렸단 말야. 하고 배시시 웃는 오토야의 대답에, 사람이라도 한 대 칠 것만 같이 주먹을 힘껏 쥐고 토키야가 부들거렸다. 제 속을 아는 지 모르는지, 생전의 제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는 저 혼령의 한을, 누군지 알 길이 없는 데다가 그 사연이라곤 도통 말해주지를 않아서 도와주는 것 조차 불가능 하니 그저 답답할 따름이었다. 이래저래 생각에 잠긴 토키야가 그를 지긋 바라보았다. 

얼굴은 창백하지만 강렬한 색으로 빛나는 머리칼과 눈동자, 조금 앳되어보이는 얼굴이지만 자신과 비슷한 신장. 살아있었다면 필시 제 또래 청년이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그는 언제나 굳게 마음을 먹어보기로 했다.  식사와 함께 마시려던 녹차를 홀짝이며 토키야는 곧 창문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작은 주택에서 점을 봐주거나 하는 등 용하다는 소문도 나고, 무당 일을 하며 그럭저럭 삶을 보내고 있던 토키야에게 그는 갑작스럽기도 하고, 그가 감당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선물이었다. 워낙 내성적이었던지라 사교성이 넘치는 저 미소를 무작정 받아들이기가 버거웠더랬다. 지금이야 항상 함께 있으니까 소꿉친구 수준의 거리낌없는 사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토키야는 여직 그의 해맑음과 잠재되어있는 빛에 적응을 마친건 아니었다. 음침하고 기분 나쁜 자신과는 다르게, 분명 살아생전에는 모두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그런 아이였으리라. 최근 부쩍 늘어난 그에 대한 고민을 그쯤에서 저 구석으로 밀쳐두었다. 

 

최근엔 날이 쌀쌀해서 그런지 손님이 많이 없네, 뭐 나야 토키야와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아서 좋지만~ 

자꾸 그런 말투 쓰지 말랬죠. 누군가 들으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영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내 말을 누가 들어? 

정말이지 당신이란 사람은.... 

 

사람 아닌데~ 나 귀신인데? 그를 한껏 놀리는 투로 토키야의 볼을 콕콕 찔렀다. 언제나의 반응이라 대수롭지 않게 한숨으로 넘겼고, 그런 토키야를 보며 그가 재미없다며 시든 반응에 장난스레 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밝은 미소로 돌아오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늦은 밤이나 동이 트지 않은 새벽엔 늘 애절하게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사실이 나름 토키야에겐 큰 고민거리였다. 

 

 


 

처음 그와 만났을 때는 한이 있다는 원혼치고는 너무 밝은 기운을 뿜고 있어서, 원혼으로 둔갑해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아닌가, 하고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사연을 물어볼 때면 언제나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입을 다무는 바람에 더 캐묻고 싶다가도 안쓰러운 마음에 그를 지금까지 곁에 두고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정말 시간이 남아있지가 않았다.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돈지 3년이 지나면 악의가 없어도 한을 가진 영들은 이 세상의 모든 범죄, 재난, 사고 등을 불러일으키는 악령이 되어버린다고, 토키야도, 그 본인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새해 첫날 받은 달력에 크게 '3년째' 라고 표시해 놓은 것을 아무 이유 없이 한장한장 넘기며 달력을 살피다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앞으로 3개월 남짓 남은 시간은 정말 짧았다. 그와 함께 보내면서 시간이란 이렇게 덧없이 사라지는 것이니, 하고 토키야는 생각했더랬다. 어리숙하면서도 언제나 그의 곁에서 그를 지켜주었던 아이는 3개월 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을 생각하니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이제 벌써 3개월 밖에 안남았어요, 어떻게 하면 한을 풀고 올라갈 거에요? 

에헤헤, 토키야 걱정해 주는 거야? 그런거야? 

당연하죠, 저 그렇게 매정한 사람 아닙니다. 당신이 악령이 되는 건 보고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저도 도울 수있게 해주세요. 

 

그렇게 말을 전하자 실실 웃고있던 오토야의 표정이 서글퍼지며 또 입을 다물었다. 시선을 피하고 한참 그의 앞에 앉아있다가, 어렵사리 입을 뗀 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실 말야, 나... 사랑문제, 때문에. 이렇게 떠돌고 있다고 말하면... 웃을까?

웃을 리가 있나요, 이렇게까지 오래 떠돈걸 보면 분명 입 밖으로 꺼내기도 힘든 괴로운 사연이겠죠. 

그게... 사실은, 나. 이 근처 보육원에서 자랐거든.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어... 운명, 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강하게. 그런데, 이루어질 수가 없는 사랑이었거든. 그 사람은 나를 전혀 몰랐으니까. 혼자 덮어두고, 끙끙 앓고, 어떻게하면 얼굴을 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세월이 가고... 어느 순간, 사고를 당해서 죽었다, 고 말하면, 내 사연은 끝이야. 

그런가요.... 

 

가슴 한켠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통증이 아렸다. 죽은 사람을, 그것도 제 손으로 보내줘야 하는 사람에게 연정을 품다니,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자신만 아플 게 뻔하여 인정도, 부정도 그 무엇도 하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밀쳐둔 감정이 그의 말로 전신에 휘몰아쳤다. 질투심이 생겼지만 그의 사연도 만만치 않게 가슴을 두드렸다. 그래서 이 통증이 질투심에 의한 건지, 사연이 너무 눈물겨운 건지 알 길이 없었다. 

 

아니, 아직 말하지 않은게 하나 더 있어. 이 한을 풀어줄 사람은 오직 유일하게, 토키야. 너 밖에 없어.

... 네? 

그러니까, 사실 너를 줄곧 좋아했다고, 그래서 계속 곁에 있었다고 말하면... 놀라겠지? 

 

 


 

 

토키야, 이제 갈게. 그동안... 고마웠어. 내 폭탄같은 고백도 받아주어서... 고마워. 정말 기뻤어. 

아닙니다, 저도 말 했잖아요. 3년간 당신과 함께 있으면서 저도 모르게 연정을 키워왔었다고.

 

작별의 시간.

지난 3개월은 정말 행복하고 또 슬프고 공허했다. 마지막 인사에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토키야는 이를 악물 수 밖에 없었다. 그의 금방 울 것같은 표정을 본 아이는 덩달아 슬프게 웃으며 그를 꼭 안아주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떤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확인하듯 그가 물었다. 

 

있잖아, 토키야. 정말 이제껏 이 근처에서 살면서 나를 본 기억이 없어? 나는 엄청 많이 봤는데... 

공부하러 도서관에도 많이 다녔으니까요. 내성적인 성격치곤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많이 다녀서 잘...

그래, 도서관! 나도 학생 때는 많이 갔었는데! 

 

있지, 정말 기억 안나? 하고 묻는 그의 말에 토키야는 생각에 깊이 잠겼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으리. 제 눈 앞의 이는 곧 이 투명하게 남은 형체마저 사라진다. 생각을 멈추게 하려는 듯 그가 목소를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생각 안나면 할 수 없지. .... 그래도, 계속 곁에서 있어줘서 고마웠어. 

당신이 괜찮다면 됐습니다. 이제....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하니까요. 

응, 그렇네... 되짚는다 한들 의미가 있을까. 

 

좁은 방 안에 함께 누워있던 그는 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나며 현관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토키야도 함께 일어나며 그를 배웅할 준비를 했다. 문고리를 잡고 미련이 남는 듯 뒤를 돌아보는 그가 눈물을 머금은 채 미소지으며 말을 건넸다. 

 

... 또 올게. 그 때는, 살아있는 사람으로 환생해서, 꼭, 너를 만나러 올게.

 

 

 

나중에 또 보자. 

 

나중에, 또, 보자. 그 해맑은 인사를 토키야는 어렴풋 기억하고 있었다. 제 이름을 알려주고 나중에 보자며 얼굴을  붉히고 도서관을 도망치듯 뛰쳐나가던 한 남학생을, 그는 기억의 한 구석에서 기어코 끄집어 냈다. 

 

... 토야, ...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토키야가 작게 속삭였다. 쥐어짜낸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이제껏 괜찮은 척을 하며 그를 배웅한 토키야가 무너지며 오열을 토해냈다. 그의 이름을, 그에 대한 기억을. 

 

오토야... 잇토키, 오토야.  

 

마치 어린 아이가 말을 떼 듯, 어렵사리 오열을 뱉으며 입을 연 토키야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이제 겨우 이름을 알아냈는데, 정작 그는, 오토야는. 곁을 떠난지 오래였다. 조금만 더 빨리 생각해 냈더라면, 그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 텐데. 그랬을 텐데. 

 

모든 생물은 죽음이 있어 아름답고, 그 생은 덧없나니. 

아픈 가슴을 거세게 움켜쥐고 바들바들 떠는 토키야의 모습이 애처로웠다. 그의 곁엔 이미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사람도, 귀신조차도. 그가 떠난 이후로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토키야는, 하염없이 흐느꼈다. 커튼을 친 틈 사이로 옅게 가을 햇살이 비쳐들어 그를 위로하듯 소리없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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